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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새해, 플라톤을 읽는 청년 농부를 꿈꾼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1-05
조회수 66 회 분  류
담당자관리자
담당부서운영부

새해, 플라톤을 읽는 청년 농부를 꿈꾼다

 

 

운 좋게도 새해 아침의 일출을 보았다. 두터운 구름층에서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해였다. 해돋이를 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일까?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보아하니 해는 이미 떠서 구름 속에 갇혔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얼마나 용을 쓰는지 햇살들이 깨어지고 부서진다. 노력일까, 기적일까. 갑자기 틈새가 벌어지더니 새 해가 얼굴을 드러냈다. 눈부신 찰나에 풍경을 낚아챘다. 좋은 일이 생기려나. 가슴이 뛴다.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어서 일출을 보러 간 건 아니었다. 우연히도 행운을 거머쥐고 보니, 기도가 하고 싶을 뿐이다. 실은 하룻밤만 지나면 진척될 업무가 코로나에 무산되어 해를 넘겼다. 지역의 유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제주의 인재상과 제주인재육성장학기금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려던 차였다.

2000년 12월에 설립된 제주국제화장학재단은,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Jiles)의 뿌리다. 제주도에 국제화 바람이 불면서 제기된 ‘인재육성’이 미션인 기관이다. 지나온 20년 동안 121개 사업이, 약 3만6000명에게, 165억원을 지원했다. 특히 장학금은 3378명에게 38억원이 지급됐다. 이들 사업의 재원은 설립 당시 투입된 64억8000만원(복권기금), 2006년 4개 시군이 통합되면서 모여진 40억원(장학기금), 그리고 2008년 범양건영(탑동매립사업자)이 제주시에 출연한 소암장학금 20억원 등이 합쳐진 124억8000만원이다.

이상의 역사 속에 스며있는 장학의 뜻과 땀에 대해 깊은 경의를 표한다. 그러한 심정으로 지난 연말에 제주인재육성장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년 만의 감사라니, 얼마나 송구한가. 그래서 더욱 각오가 뜨거웠다. 조선시대 200년간 이루어진 출륙금지령을 회고했고, 김만덕 할망의 은광연세((恩光衍世)를 되새겼다. 추사 선생님의 세한도에 담긴 ‘추운 겨울의 소나무와 잣나무’의 풍경을 그려봤고, 유배된 이건의 장탄식, ‘가장 괴로운 것은 조밥이고, 가장 두려운 것은 뱀이며, 가장 슬픈 것은 파도소리다’라는 제주풍토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들 시간 속에서 생겨난 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의미를 성찰했다. 제주땅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가 제주인들에게 ‘말테우리’의 설움도 주었지만, 10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상위의 실력도 안겨줬음을 공감했다.

마침내 제주도가 세계인이 찾아드는 국제도시가 되었다. 이제부터 제주인재들을 어떻게 육성해야 하는가? 그 자리에서 한 청년이 발표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청년정신을 소개하면 ‘배움을 기뻐하라’로 집약된다. 사실 어떠한 사람이 조직에 더 많이 공헌하는지를 연구한 바에 의하면, 성과 지향적이기 보다 학습 지향적인 구성원이 해답이다. 대학에서도 학점에 골몰하는 이보다 배움을 추구하는 쪽이 졸업 후 사회에 더 헌신한다. 바로 이 점에 착안해서 지난 10년 동안 제주인재들을 키워온 사례가 있다. 이른바 ‘플라톤’ 프로젝트다. 선발된 청년들은 학업이나 직업과 동시에 1년 동안 100권의 책을 읽고, 영어로 글을 쓰며, 사회변화와 조직경영을 익히고, 인생 멘토링을 수업한다. 그리하여 무엇을 하든 제주인의 정신과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 소위 ‘농사를 지어도 플라톤을 읽는 청년’이 되어 나간다. 설문대 할망이 미소할 인재상이 아닌가.

‘인간은 강물처럼 흐르는 존재’라는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에서 제주청년들의 위대함을 읽는다. 이 가슴 뛰는 장학 진흥에는 제주인재육성장학기금이 더 필요하다. 은광연세의 바통을 이어서, ‘소 대신 사람을 키우는’ 릴레이를 꿈꿔본다.

출처 : 제주일보(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8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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